소소 78

넌 나의 20대였어

1. 사랑만으로 사랑이 되던 그 시절을 돌아보니 나는 가끔씩 문득 문득 내가 누구와 결혼하게 될지, 누구와 같이 나이 들어가게 될지 너무 궁금하다. 나이 서른 넘으면 로맨스 같은 건 이제 신물나서 더 생각 안할 줄 알았는데, 그냥 성격인가보다. 가을방학 그 노래 제목처럼 정말 '취미는 사랑'이다. 2. 꿈. 어느 식당이었던 것 같다. 한국. 그 애는 코트를 입고 있었다. 전처럼 급해보이는 모습으로 내 앞에 앉은 그 애는 금방 비행기를 타러가야한다고 했다. 나는 해준 것도 없는데 늘 나를 챙겨주던 그 애는 이번에도 내게 어떤 티켓을 건넸다. 두 장이었는데, 어떤 동물에 관련된 입장권이었던 것 같다.(그게 뭐지?) 같이 가겠느냐고 묻지도 않고 덜렁 두 장을 건네는게 우스웠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같이 갈래..

아무렇게나 질끈 묶은 머리칼

얼굴이 하얀 애를 좋아했었다. 눈 같이 뽀얗게 생긴 애였는데. 참 많이 마주쳤던 것 같은데 대화할 기회는 많이 없었다. 뭐 엄청 아련한 기억은 아니지만 그래도 시간이 흘러서 그런지 흐릿하게 남아있는 기억. 두부 같이 생겼으면서 그 애가 내뱉는 문장마다 힘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일부러 그랬던건지 그냥 착했던건지 그 애랑 있으면 그 애가 꼭 오빠 같았다. 어쩌다 한 번 이야기할 기회가 생기면 그 애는 주절주절 자기 얘기를 했다. 기억해보면 그 애 얘길 들을 때가 더 많았던 것 같은데 싫지 않았다. 혼자 그렇게 이런 저런 얘길 하다 새삼 놀라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도 기억에 남아있다. 조용히 관찰하고, 또 생각하던 애. 이 음악 들으면 항상 그 애가 생각났었는데, 오랜만에 듣다가 또 생각이 나서 기록..

<그린 북, Green Book> 2018

아카데미 작품상, 아카데미 남우조연상, 아카데미 각본상 등 많은 상을 받은 작품 'Green Book'. 가볍게 보려고 했는데 계속해서 벌어지는 인종차별 사건들에 계속해서 분노하느라 영화가 끝난 후엔 진이 다 빠졌다. 아무래도 나 또한 동양인이다보니, 동양인 여성이다보니 더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것 같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는 것조차 거절 당하고, 화장실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할 뿐더러 홍인의 '보스'라는 것이 말도 안된다는 취급을 받는 모든 장면들에 화가 났다. 과거를 이야기하는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그랬구나.'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차별이 만연한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뭐. 그 와중에도. 미국의 역사에서도 흑인 남자가 백인 여자보다..

<우리 사이 어쩌면, Always Be My Maybe> 2019

로맨스 영화는 이제 어쩐지 봐도 별 감흥이 없어서 안본지 꽤 된 것 같은데. 어젯밤 오래간만에 본 로맨스 영화 '우리 사이 어쩌면'. 아시아계 배우들이 주를 이뤄 일단 반가웠고. 메인 캐릭터들이 한국인을 연기한다는 것에 또 반가웠고.(실제로 한국계인지는 모르겠다.) 내가 느낀 마커스는 잘 나가는 사샤에 대해 자격지심 가지는 못난 남자였지만, 뭐. 그래도 사샤와 오랜 친구이니 마커스만큼 말이 잘 통할 단짝은 없을 것이고, 어쨋든 계속해서 굽히고 들어오는 면을 보여줬으니 나는 결국 흐린 눈으로 '그래, 저 정도면 사샤랑 사랑하는거 이해할 수 있어!'했다. 키아누리브스에 한 번 빵 터지고, 마커스가 그에 관한 일들을 랩으로 썼을 때 또 빵 터지고. 별 생각 없이 가볍게 보기 좋은 영화였던 것 같다. 그리고 사..

Talk to Me

Talk to Me - Cavetown We can talk here on the floor On the phone, if you prefer I'll be here until you're okay 같이 있을래. 너랑 있을 때가 제일 재밌어. 얘기하자. 이불 필요하면 덮어. 창문은 열어줄까. 너 밤공기 좋아하잖아. 요즘은 어떤 생각해. 오늘 좋아하는 음악은 뭐야. 오늘 제일 맛있게 음식은 뭐야. 역시 너는 너가 좋아하는 것들 얘기할 때 제일 신나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