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호주 워킹홀리데이/조잘조잘 2

안녕

# 안녕 아무리 세상 모든 긴 이별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지만. 정말 갑작스러웠다. 한동안 뭐냐는 말만 반복하며, 가만히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다, 다시 한 번 믿어지지 않는 그 문장을 읽다,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다. 한참 뒤에야 그 사람이 이제는 영영 '없다'는 사실을 머리로 이해했다. 처음 친해진 초겨울 어딘가 우연했던 새벽, 무언의 약속처럼 마주한 날들, 시시콜콜했던 농담들, 인사들, 웃음들. 한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도, 하나씩 꺼내보니 거짓말처럼 선명했다. 짧은 대화에도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직설적이었고, 진지했고, 솔직했다. 그 모습을 사람들은, 그리고 그 때의 나는 '재미없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 때 어쩌면 내가 감당하기엔 꽤나 무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

두번째 겨울

# 겨울 준비 여기는 춥고, 또 비가 옵니다. 한국과 다르게 이 곳은 겨울에 우기가 시작되어 한동안 추위와 함께 비가 자주 내린다고 해요. 문득 비와 겨울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합니다. 비와 재즈, 푹신한 침대, 따뜻한 커피나 차, 이 모든 것들은 겨울에 더 잘 어우러지죠. 멀리서부터 받아 내던지듯 걸어두었던 코트들을 하나 둘씩 정리합니다. 물을 묻히고, 뜨거운 바람을 쏘이면 차츰 원래의 모습을 찾아 구김들이 사라지게 되어요. 아침 일찍 문을 나설 때마다,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올 때마다 피부에 닿았던 찬 공기가 떠올라 구석에 접어두었던 목도리도 눈에 보이는 곳에 꺼내놓습니다. 장갑은 왠지 챙기면 짐이 될 것 같아, 아직은 그 자리에 두고 옷장 앞에 잠시 서서 혹여 잊은건 없는지 한 번 더 생각해봅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