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호주 워킹홀리데이/4월에서 8월, 캔버라

[Canberra D+26] 서러워 서러워

가람: 江 2018. 5. 19. 19:26

1.

 달을 봤다.

 달 봐야지, 해놓고 잊고 있었는데. 터덜터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상태로 집에 돌아오는 길 손톱달이 뙇! 눈에 들어왔다. 일 끝나고 악기점 들러서 사진 왕창 찍어야지, 하고선 챙겼던 카메라로 이 날은 달만 담았다. (너무 예쁘다-)

 누군가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언제였나요?' 물으면 한참 고민하다 끝내 대답하지 못했던 순간들이 많았는데, 이젠 대답해낼 수 있다. "2018년 5월이요!". 정말이지. 이렇게 자존감 뚝뚝 떨어지는 기분 오랜만에 느껴본다. 딱히 탄탄하게 살고 있진 않아도, 특출나게 잘하는게 없어도 이만큼이나 내가 모자라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는데. 요즘의 난 정! 말! 최악이다!!! 하. 시간이 약이라고, 시간이 해결해줄거라고 건네는 위로가 저주처럼 느껴진 적도 처음이다. 시간이 해결해준다고? 난 하루 빨리 나아져야하는데 시간이 약이면 어떡해요!

 월요일이 오는게 무섭다. 하루를 일에 대한 공부로 채워도 또 생각치 못한 상황들에 직면해 아등바등할 생각하면 벌써 울컥한다. 하. 그냥 처음은 한인잡으로 시작했어야했나하는 후회도 했다. 하지만 H 언니 말이 맞다.

 '처음 올 때 마음으로 견뎌내야해요.'





2.

 핫! 오늘은 드디어 장을 봤다! ALDI, Woolworth, Coles 정말 근처 마트는 다 돌아본 것 같다.

 장 보는거 사진 찍고 싶었는데 까먹었다!(ㅠㅠ) 초심 다 잃음. 케케.

 요새 나는 갑자기 티 성애자가 되었다. 잉글리쉬 블랙퍼스트티에 이어 갖가지 차들을 사다놓기 시작하는 가람... 아! 저기 'VITALITY'라고 써 있는 티 진짜 맛있다! Summer berries & Mint with Green Tea라고 쓰여져있는데 완전 취향저격! 과일향이 나는 티인데 상콤상콤하다. 예전 스벅 다닐 때 히비스커스티 그렇게 마셔대더니, 나는 과일향 나는 티를 좋아하나보다. 헹헹. 누구나 다 좋아하는 캐모마일티도 사고, Australian Afternoon이라는 것도 팔길래 사와서 지금 마시고 있는데. 음. 잉블티랑 약간 비슷한 것 같다. 



 나란 가람... 요리 고자 가람... 누군가 기대 가득 찬 눈빛으로 "요리 잘하세요?"하고 물어보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가람...... 그런 가람은 소고기를 사와 굽는 것조차 실패하고 남은 고기를 냉동실에 처박아두었다. 다행히 설거지는 좋아하는 가람은 온 주방에 튀어버린 기름을 닦아내고 바닥도 닦아내고 눈물도 깨끗하게 닦아냈다. 내 소고기... 내 소고기...!!!!!!(엉엉)

 지금 다시 생각해보면 혼자 주방에서 기름 파티를 하는동안 집 안에 아무도 없었던건 정말 다행인 것 같다. 퓨...(안도)



 베이컨 볶음밥 해먹으려고 양파도 샀다. 이게 99센트 밖에 안함. 대박이지 않나요?



 헤헤. 풍족해진 나의 냉장고 칸! 파기름 내려고 파도 사고~ 오렌지도 사고~ 사과도 사고~ 당근도 사고~ 베이컨도 샀다! 옆 칸엔 케챱도 있고~ 머스타드도 있고~ 곡물빵도 있고~ 우유도 있다! 헤헤. 당분간 음식 걱정 없다. 내일은 잠깐 나가서 오늘 못산 것들 좀 더 사야징. 버터랑 다진 피클이랑! 연습용 우유, 마늘, 간장, 참기름, 통깨, 계란...





3.

 앍! 일기 쓰기 전에 잠시 물 끓이려고 주방에 나갔는데 이모님이 떡볶이, 순대를 주셨다.(엉엉) 넘나 감동 쓰나미... 저 떡볶이랑 순대 먹고 싶어하던거 어떻게 아셨어요?(엉엉) 저 통화하는거 엿들었쬬!(엉엉) 눈물을 머금고 뇸뇸 먹었다. 떡볶이가 엄청 매웠다.





4.

 멜버른에서도 세컨을 딸 수 있구나. 하도 안알아봐서 세컨은 브리즈번, 퍼스 가야하는 줄로만 알았네. 희희. 멜버른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멜버른으로도 지역이동하고싶다. 캬캬캬. 캔버라랑 가깝고, 커피 할 수 있는 환경도 좋아보이고. 꺄악...

 그런데 오지친구(나만 친구라고 생각하는 걸 수도 있음. 컄캬컄.) K가 그랬다. "그런데 너 아마 멜버른 가면 싫어할껄! 사람 많고, 복잡하고, 시끄러워! 아마 다시 캔버라로 돌아오고 싶을거야. 나도 그랬거든.". 그건 그래. 난 이제 이 조용함에 익숙해져서 가끔 시티만 나가도 복잡하다 느껴......





5.

 (나 오늘 말 많네.)

 카페 한인 친구 J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었다고 자랑했다. '인천' 찍힌 표 보니까 나도 너무 인천으로 가고싶었다.(엉엉) 이러다 한 달 뒤에 한국 가는 티켓 끊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는데. 응. 아마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ㅋㅋㅋㅋㅋ) 뭐. 언제든지 돌아가고 싶을 때 돌아가더라도 후회 없이 하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