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2018 인천

완벽한 하루

가람: 江 2018. 2. 23. 23:11

1.

 한창 마감 청소 하던 중, R이 소리쳤다. "눈 와요!"

 놀라 밖을 내다보니 정말 눈이 펑펑! 번개도 번쩍 번쩍 쳤다. 평소 같았으면 퇴근 걱정부터 앞섰을텐데 어젯밤엔 이상하게 너무 설렜다. 올해 내가 보는 마지막 눈일거라는 생각 때문인 것 같기도 하고, 아무튼 왠지 모르게 설렜다. 마감을 마치고, 역시나 우리집 가는 택시는 30분 넘게 잡히질 않아 결국 부평 가는 A의 택시를 얻어타고 삼거리에 내려 쭉 집까지 걸었다. 새벽이라 길에 사람도 거의 없었고, 눈도 뽀득뽀득 밟히는 눈이라 일부러 더 뽀득뽀득 선명하게 소리내며 걸으니 한껏 신이 났다! 키키. 누구도 밟지 않은 하얀 눈에 발자국 내는 기분이란!

집 앞. 뚜벅뚜벅 내 발자국!


새벽 1시. 집 앞 쭈구려 앉아 혼자 놀기. (ㅋㅋㅋ)

 같은 날 아침, 눈을 떴을 땐 이미 눈들이 모두 잿빛 슬러시가 되어 사라진 후였다. '이대로라면 아침엔 소복소복 쌓여있겠다!'하고 집에 들어왔던게 몇 시간 전이었는데! 새벽에 그나마 혼자 발자국도 내보고, 이름도 써보고, 사진도 찍으며 눈을 만끽해 다행이라고 생각했당. 물론 이 눈을 사람들과 함께 즐기지 못해서 아쉽긴 하지만...(ㅠㅠ)



2.

 오늘은 오프였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자기 전에 계획을 짜지 않고 잠든 나를 질책하며, 오늘은 뭘할까 한참 생각했다. 나가서 공부하기는 귀찮고, 그렇다고 집에 있자니 좀 아쉽고. 근데 집에만 있으면 하루종일 잠옷 입고 소처럼 있겠지 싶어서 후딱 나와버렸다. 오늘은 돈이나 쓰자!(ㅋㅋㅋㅋㅋ) 하며 찾아간 간 곳은 결국 부평!

부평 카페 '혜리, 꽃케이크'


 예전에 엄마 데리고 예쁜 카페 가야겠다, 싶어서 찾았던 곳인데 그 땐 만석이라 들어가지 못했던 카페. 그 땐 입구에서 '사는게 꽃 같네'만 찍고 나왔었는데!


 당연히 플랫화이트 있겠지! 하고 메뉴를 봤는데 플랫화이트 없어서 살짝 당황. 그렇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고 더치라떼를 고른다. 음료만 마실까 하다가 돈 쓰러 여기까지 나왔는데 돈 안쓰면 쪼꼼 서운하니까(집에서 이미 교동짬뽕과 치킨텐더 5개나 튀겨먹었지만) 오페라 떡케이크도 시켜본다.


 주문 후 기다리면서 파워블로거인척 하며 이곳 저곳을 찍어보았다. 필터 입힌 상태로 찍으니 나 왠지 사진 쫌 잘 찍는 것 같아서(사알못) 약간 인중에 힘을 주며 근엄하게 찍는다.


더치라떼, 오페라 떡케이크 (티라미수 떡케이크)

 꺄아~ 더치라떼 부드러우니 참 맛있었고, 떡케이크도 나쁘지 않았다. 그치만 나는 뭔가... 티라미수는 티라미수 답게 입에서 살살 녹는게 더 맛있는 것 같고, 떡은 떡 답게 꿀떡 같이 쭈압쭈압 씹혀야 맛있는 것 같아서... 궁금해서 시켜보긴 했지만, 다음부터 떡 케이크 시킬 땐 좀 더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근데 깨끗하게 다 먹음! ㅋㅋㅋㅋㅋ)

 무튼 평일 낮이라, 사람도 별로 없었고 공부도 너무 잘 됐고. 최고 최고! 다음엔 꼭 엄마 데려와야징.



3.

 공부 끝나고, 부평 산책하다가 복귀! 그리고 저녁엔 양꼬치를 뿌시러 경인교대 근처로 갔다.

경인교대입구역 근처 '현지 양꼬치'


 요기는 묵사발도 나온다. 결정장애가 있는 나 때문에 한참 고르다 모듬으로 시켜서 뇸뇸했다. 흑흑. 너무 맛있쩡! 스터디 뒷풀이에서 양꼬치 먹을 때도 놀랐지만, 왜 양꼬치는 먹어도 먹어도 배가 안부를까? 배가 안불러. 이상해. 사람들도 나를 보며 놀랐지만 나도 나에게 놀랐다. 내가 그렇게 많이 먹을 수 있는 인간이라는걸 20여년만에 처음 알았다니! 아무튼 놀랍다. 오늘도 엄청 먹었는데도 배가 안불렀지만 왠지 너무 오래 먹은 것 같아서 배부른 척 했다.


옥수수국수!

 배 부르다고 했으면서 옥수수국수도 맛있게 먹는 나를 보며 어떤 생각을 했니? 아무튼 옥수수국수도 먹었는데 이것도 맛있었다! 약간 육개장 맛이 나는 국수.

 다 먹고 오는 길에 집에 다운 받아 놓은 영화들도 생각나고, 토요일엔 마감 근무니까! 신나서 편의점에 들려 날 반기는 코젤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희희 씐나! 오랜만에 완벽한 휴무당! 


 이제 나는 코젤과 함께 영화를 보겠다. 흑흑. 완벽한 하루야.(감동)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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