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호주 워킹홀리데이/4월에서 8월, 캔버라

[Canberra D+2] 저는 중국인이 아니에요

가람: 江 2018. 4. 25. 21:02

1.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 막판에 급히 준비해서인지 지금 슬픈지 어쩐지 느낄 겨를도 없었는데. 공항에서 엄마와 헤어지기 직전, 엄마가 "잘 지내고!"할 때 한 번 핑. 그리고 들어가서 엄마랑 무무 모습 얼핏 보일 때도 핑. 눈물 참느라 잠시 너무 힘들었다. 답답해서 그냥 울어버리려다가 그러면 정말 약해질 것 같아서 열심히 참았다. 딸한테, 이년 저년 거친 말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모녀 보면 나는 그런거 싫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럴 땐 차라리 그러는게 낫겠다 싶었다. 퓨. 나를 세상 강하게 만드는 것도 가족이지만 세상 약하게 만드는 것도 가족이다.





2.

 여차저차해서 탑승구 앞에 도착해 앉아있을 때. 이상하리만치 엄청 떨리지도 않았고, 설레지도 않았다. 그냥 기분이 묘오...... 했다.



 10시간 비행 별거 아니네 뭐. 기내식 주는거 두 번 받아먹고, 잠 설치고, 화장실 두어번 가니 벌써 도착이었다. 도착해서 '아 이제 시작이다!'하고 돌아다니는데, 몇 분 안돼서 '아 끝이다!'해서 좀 김 빠졌다.(ㅋㅋㅋ) 그리고나서 캔버라 가는 국내선 타기까지 시간이 좀 남아 혼자 돌아다녔다. 나 스스로 나 자신이 너무 어색하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게이트 찾느라, 와이파이존 찾느라, 뭐 어려울 때마다 호주인 붙잡고 떠듬떠듬 물어봤는데 다들 너무 고맙게도 친절하게 도와줬다! ㅠㅠㅠㅠ 감동 쓰나미!



 지금도 그렇지만 저 땐 정말 식욕이 더 없었다. 그래도 뭔가 먹긴 해야될 것 같아서 내 인생의 동반자(ㅠㅠ)인 커피를 겟! 호주의 플랫화이트는 어떤가 싶어서 시켜봤는데 그냥 라떼랑 비슷했다. 저스틴이 예전에 호주에선 라떼가 양 많으면 라떼, 양 적으면 플랫화이트라고 그랬었는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것 같았다. 흠. 하지만 믿을 수 없어. 다음에 다른 곳에서 또 플랫화이트를 마셔봐야징. -후에 플랫화이트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아 여기서! 웬 중국인 여자애를 만났다. 국내선 탈 때가 다가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앞 쪽에 앉은 중국애가 엄청 엄청 시끄럽게 통화를 하고있었다. 속으로 '아 저러니 중국인이 욕을 먹는거야!' 생각하고 있던 찰나, 그 애가 나를 발견했다.(두둥) 그리곤 약간 머뭇거리더니 나에게 중국말로 뭐라 뭐라 씨부렁댔다. 나를 중국인으로 착각한 모양이었다. 내가 아무리 10시간 비행을 마치고 엄청 꼬질꼬질해졌다지만 그런 오해는 너무 곤란했다.(ㅋㅋㅋ) 맘에 안들어서 "너가 뭐라는지 모르겠어."했더니 그 앤 "어디 사람?"하고 물었다. "나 한국인."했더니 "ㅇㅇ..."하고 고개를 돌리는 중국애였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엄청 꼬질꼬질해졌다지만 그런 오해는 너무 곤란하다. 중국아이야.(부들)



Canberra City YHA Backpackers


 그리고 캔버라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들어온 백팩커!(짝짝짝짝짝) 여차저차 무거운 캐리어를 들고 도착해서 306호실을 안내 받고 올라가는 길, 나는 또 다른 아시안을 마주쳤다. 남자애였는데 엘리베이터 앞에서 캐리어를 태우려 낑낑대는 나를 도와주곤 웃으며 어디 사람이냐고 물어봤다. 나 한국사람이랬더니 지도 한국사람이라면서 나 중국인인 줄 알았다고 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내가 진짜 아무리 꼬질꼬질했다지만 중국인은 좀 심한거 아니야?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무튼 그러고 엘베에서 인사하고 바로 헤어졌다. 넌 진짜 내가 기억한다. 밤길 조심해...



 짐을 풀고, 좀 앉아있다가 핸드폰 안되는게 너무 답답해서 바로 밖으로 뛰쳐나왔다. 알디가 좋다, 옵터스가 좋다 여러 글들 봤지만 그냥 사람들이 많이 쓰는 옵터스로 결정쓰. 옵터스 갔는데 점원 말 너무 빨라서 이해를 1도 못했다. 그냥 눈치껏 알아듣고 바깥에 나와서 심 끼우고, 설명서 나와있는대로 사이트 들어가서 충전하니 알아서 개통됐다.(참 쉽죠잉~?)

 그리고 바로 캔버라 교통카드인 My way 카드도 샀다. 어디서 사는지 몰라 한참을 돌아다니다 답답해서 호주인 붙잡고 물어보니 또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ㅠㅠ 호주 사람들 쵝오...!



 휴. 면접 보러 여기 저기 다니고 저녁 6시쯤 되니 드디어 허기가 졌다. 정말 길에서 걷고 있는데도 배에서 소리가 "꾸루루뤼나귄ㅁ율;ㅁㄴ!!!!!!" 하고 너무 크게 나서 '아... 너무 굶겼구나...' 생각했다. 어디 갈까 한참 고민하다 결정한 백팩커 앞 서브웨이! 깜깜해지면 돌아다니지 말라던 미빈 말이 기억나서(ㅠㅠ 무서워) 빨리 빨리 걸어왔다.



 한국이랑 똑같이 생겼다! ㅋㅋㅋ 한국에서 제일 많이 먹던 터키를 여기서도 챱챱했다. 소스 '핫 칠리' 골랐는데 정말 소스가 핫해서 깜짝 놀랐다. 한국꺼도 이렇게 매웠었나?; 암튼 맛을 느낄 겨를이 없어. 밖은 이미 깜깜해져있다고! 겁이 많은 나는 재빠르게 계산하고 나와 다시 백팩커로 향했다.



 올 그 와중에 길가 나무들에 조명 저렇게 달아놓은게 예뻤다. 꼭 크리스마스 같다! 희희. 나는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저렇게 장식 해놓은게 신기해서 다희한테 보내줬더니 다희는 하나도 안신기하다고 했다. 나 상처 받음.(ㅠㅠ) 이 날은 정말 일기고 뭐고 피곤 피곤 왕피곤해서 씻고 바로 기절하듯 잠들었다. 그리고 꿈을 꿨는데, 웬 여자애가 나를 너무 좋아한다며 제발 사귀자고 매달리는 꿈이었다. 기분이 증말 이상했다. 그 애가 기다리겠다고 해서 계속 고민해봤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었다. 흑. 미안해. 나 말고 좋은 여자 만나길 바라...(?)



3.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온몸이 너무 찌뿌둥했다. 침대에서 자서 온몸이 쑤시는건가 했는데 생각해보니 나 12시간 가까이 잤더라.(ㅋㅋㅋ) 음. 그래. 찌뿌둥한거 인정.

 이불 속에서 좀 더 꼬물대다가 후딱 준비하고 인스펙션하러 강갈린으로 나갔다. 12시에 보기로해서 급하게 나왔더니만, 자신의 일본인 여자친구 부모님을 시드니 공항에 데려다줘야한다며... 그래서 늦어질 것 같다는 집주인 알렌쓰 때문에 근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떼우기로 했다.



Canberra Gloria Jean's Coffees


 여기두 음층 친절하다!!! 혼자 라떼랑 빵 두 조각 시켜놓고 멍 때리고 앉아있으니 뭔가 호주인 된 기분. 이지만 나는 주변 호주인들의 말을 1도 알아들을 수 없지! 으하하하하! 언제쯤 알아듣지? 태훈쓰가 일주일이면 좀 들릴거라고 했는데... 음... 들린다는게... 혹시 리스닝 아니고 히어링을 말한게 아닌지...? 이해가 아니라 그냥 청력이 좋아진다 뭐 그런게 아닌지......?(ㅠㅠ) 따흐흑...



 시간 떼우고 도착한 알렌쓰네 집 쪽. '여긴 어디? 나는 누구...?' 버스에서 내릴 때부터 아니 이게 웬 허허벌판...? 너무 무서워서 나 지금 여깄는데 너네집 어딘지 모르겠다고 알렌쓰에게 문자를 보내니 조금만 더 걸어오라고 했다. 더워 뒤지겠는데(진짜 욕 나오게 햇빛 뜨거움.), 조금만 더 걸어가면 왕 큰 캥거루 나타나서 나 한대 칠 것 같은데 뭐? 걸으라고?......... 흑. 하지만 어쩔 수 없지! 혹시 몰라 핸드폰에 000번 찍어놓고 계속 걸었다. 그리고 한창 걷고 있으니 알렌쓰가 차로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 주소 제대로 못찍어줘서 미안해하는 것 같았다. 이미 좀 짜증나있어서 알겠다하고 계속 걷는데 멀리서 웬 키 크고 잘생긴 호주 남자가 "Hi! Garam?"하며 해맑은 얼굴로 다가왔다. 흑. 짜증이 싹 가시는 순간이었다.(ㅋㅋㅋㅋㅋ)


 호주인이랑 정말 단 둘이 긴긴 대화를 하는 순간은 처음이라 너무 떨렸다.(잘생겨서 떨린거 아님. 진짜임.) 한국은 호주에 비해서 춥지? 호주에 와본적 있어? 호주엔 왜 왔어? 등등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나누는데 여차저차 눈치껏 알아들으니까 대화가 되는 것 같아서 신기했다. 일본인 여자친구가 있어서 그른가, 나에게 참 호의적인 알렌쓰였다. 알렌쓰네 집은 너무 깔끔했고, 너무 거기서 살고 싶었지만 차가 아니면 들어가기 힘들고, 또 너무 비싸서 그냥 거긴 가지 않기로 했다. 알렌쓰 빠이...



 그리고 다음으로 간 집! 흑. 여기에는 멋있는 Dan이 살고있었다. 이름부터 Dan이라 살짝 기대했는데, 실제로 멋있었다.(ㅋㅋㅋ) 해맑은 알렌쓰와 달리 뭔가 차분하고 느릿느릿한 댄이었다. 집을 설명해주는데, 내가 계속 못알아들어서 미안하다고 했더니 괜찮다며 차근차근 말해줬다. 내가 계속 말한다. 호주인들 뭐하다고? 음층 친절하다고......!

 한참 얘기하고, 괜찮은 것 같아 계약을 하고 싶었는데 나와서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좀 비싼 것 같아 여기도 그냥 탈락시켰다. 흑흑. 댄도 빠이......



 하. 터덜터덜. 그러고보니 오늘 호주 공휴일이었다. ANZAC DAY. 그래서인지 어제보다 길에 사람도 많았고, 버스킹 하는 사람도 봤다.(비록 사진 속 모습은 휑하지만 ㅋㅋㅋ) 진짜 집 구하기 너무 힘든 것 같다. 아니 인스펙션은 둘째 치고 나와있는 집이 너무 없다! ㅠㅠ 가볼 집이 있어야 말이지... 한인 쉐어는 진짜로 하기 싫은데, 이러다 정말 길바닥에 나앉을까봐 일단 내일 한인 쉐어도 보러가기로 했다. 백팩커 진짜 하루 빨리 나가고 싶은데, 연장도 알아봐야할 것 같다. 엉엉. ㅠㅠ 진짜 위기야...



 그리고 배고프고, 시간 없어서 오늘도 서브웨이 옴. 오늘은 치킨... 뭐시기...를 먹어봤다. 음. 뭔가 하루에 두끼나 먹는다는게 사치같이 느껴진다.(흐흑...) 일도 안하는 주제에... 일 구할 때 까진 1일 1식하며 강제 다이어트를 해야겠다.(엉엉)



음... 너가 있었구나... 너도 한입 먹을랭?



... 외 대답 않헤? 외 않먹어? 나 무시헤?!



넌 항상 그런 식이야...



ㅋㅋㅋ 미얀


 움. 내일은 면접을 보고, 계좌를 만들고, 애플스토어 들려서 충전기 사고(진짜 중요!!!), 인스펙션 갔다가 들어와야징. 내일도 동네 구경하긴 글렀군. 하핳하...... 교통카드 얼마 남았으려나... 충전해야하나...? 퓨......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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