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 2018 인천

이상해지는 사람

가람: 江 2018. 4. 4. 01:28

1.

 마주치면 내가 이상해지는 사람이 있다.

눈만 마주쳐도, 아니 곁눈으로 그 사람이 서있다는게 보이기만 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마음인가 싶었다. 그런데 좋아한다고 하기엔 내가 평소에 그 사람 생각을 1도 안할 뿐더러,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1도 모른다! 정말 미스테리다. 엄청 잘생겼냐고 물으면, 그것도 아니다. 이따금씩 그 사람은 아무렇지 않게 내게 말을 걸어오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대답할 수가 없다. 하. 얼굴이 화끈거려서 몇 번 대답해주다 난 바쁘게 손부채질을 하며 그 자리를 피하고 만다. 아마 그 사람에게 난 영영 '좀 이상한 애'로 기억될지도 모른다. 아. 어쩌면 영영 기억되지 않을지도 모르지.

 지난번엔 길에서 한 번 마주친 적이 있다. 찰나의 순간이었다. 늦은 밤 터덜터덜 역에서부터 집으로 걸어가는데, 골목에서 느닷없이 어떤 남자가 툭 튀어나와 내 옆을 지나갔다. 짧은 순간 스친 옆 얼굴이 익숙했고, 코 끝에 잠깐 머문 향기가 익숙했다. 그에게 내가 자연스러운 사람이었다면, 난 자연스럽게 '어?'하는 소리와 동시에 뒤를 돌아봤을지도 모른다. 그치만 그와 마주할때면 나는 늘 이상해지는 사람. 아무 일 없는 것처럼 걸어오던 그 걸음대로 쭉 앞만 보고 걸었다. 사실 잠시 '내가 잘못 본걸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 다음 날 마주친 그의 모습이 어제와 같아 확신하고 말았다.

 아직도. 여전히 나는 그와 눈이 마주치는 순간마다, 같은 공간에 있는 순간마다 화끈거리는 얼굴을 어쩌지 못해 우왕좌왕한다. 그를 마주칠 일 없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하! 정말이지. 키 크고 어깨 넓은 남자 싫다. 심지어 그런 사람이 다정하게 말 거는 것도 싫고, 곤란할 때 불쑥 나타나 도와주는 것도 싫다. 우연이라도 자꾸 옆에 앉는 것도 싫고, 향기까지 나는 남자는 최악이야. 내 옆에 좀 안왔으면 좋겠어. 엉엉!(ㅠㅠ)





2.


 꽃이 폈더라. 우리집 건물과 옆 담벼락 사이 비좁게 뻗어나간 가지들에 오밀조밀. 언제 이렇게나 폈는지 몰라. 이만큼 필 때까지 왜 몰랐나 몰라! 사이사이 자리한 꽃망울들도 며칠 있음 곧 기지개를 켜겠지? 매 봄마다 이렇게 약간은 불편한 모습으로 폈다가, 바람 불면 흐드러지게 날리는 모습이 참 예쁜 벚나무다. 볼 수 있을 때 질리도록 봐둬야지. 아마 호주에 가면 집 앞 벚나무 생각 1도 안할 것 같지만. 일단은 봐둬야지! 희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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