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호주 워킹홀리데이/조잘조잘

안녕

가람: 江 2018. 6. 16. 17:13


# 안녕


 아무리 세상 모든 긴 이별들은 갑작스럽게 찾아온다지만. 정말 갑작스러웠다. 한동안 뭐냐는 말만 반복하며, 가만히 허공 어딘가를 응시하다, 다시 한 번 믿어지지 않는 그 문장을 읽다, 그 사람의 얼굴을 떠올리다. 한참 뒤에야 그 사람이 이제는 영영 '없다'는 사실을 머리로 이해했다.


 처음 친해진 초겨울 어딘가 우연했던 새벽, 무언의 약속처럼 마주한 날들, 시시콜콜했던 농담들, 인사들, 웃음들. 한동안 까맣게 잊고 지냈는데도, 하나씩 꺼내보니 거짓말처럼 선명했다. 짧은 대화에도 나는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다. 직설적이었고, 진지했고, 솔직했다. 그 모습을 사람들은, 그리고 그 때의 나는 '재미없다.'고 말했지만 사실 그 때 어쩌면 내가 감당하기엔 꽤나 무거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장난기 많은 그 얼굴을 다시 볼 수 없다는게 이다지도 마음 아플 줄이야. 호주로 떠나오기 전에 연락 한 번 해볼까 말까 고민했던 시간이 있었다. 그 땐 비겁한 배려로, 내가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모른 척 했었다. 몇 달 만에 듣는 그 사람 소식이 이런 소식이 아니었더라면, 나는 아마 그대로 그 시간을 잊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은. 그 때 그 고민을 한 시간. 그 시간이 너무 후회되고, 원망스럽다. 잘 지내냐는 한 마디 보내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고. 그 말이 불편할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인사라도 제대로 맺었으면 이런 마음이 들지 않았을텐데. 너무 후회돼.


 '그래서 있을 때 잘하라는 말이 있나봐.'. 후회된다는 내 말에 친구가 건넨 말. 그러게.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들여다볼껄.


 이만큼 슬픔에 잠긴 글을 쓴다고해서 내 하루도 이만큼 슬픔으로 얼룩져있지는 않다. 다만 떠올릴 때마다 소식을 처음 들었던 그 날로 돌아가 다시 '뭐냐'는 감정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슬픔에 닿았다가, 풍선 터지듯 현실로 돌아오는 일의 반복이다.


 우리 꽤 친했는데. 나는 한동안 그 사람을, 그 사람이 속한 모든 기억들을 계속해서 떠올릴 것 같다.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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